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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한스푼

<조선(朝鮮)의 노비(奴婢) 산책> 9회

by 짱구킴 2024. 1. 11.

조선노비

흥미롭게도 두 서술은 완전히 상반된다.

유자광이 그만큼 논쟁적인 인물이라는 측면은 충분히 보여준다.

 

유자광의 첫 직업은 갑사였다.

‘으뜸가는 군사’라는 그 의미대로 갑사는 국왕 호위와 수도 경비를 맡는 정예병이었다. 그런 임무상 그들은 당연히 뛰어난 무예를 갖춰야 했으며, 의장대로도 활동했기 때문에 용모와 체격도 뛰어나야 했다.

 

그들은 대체로 부유한 지배층의 자제로 정규 무관은 아니었지만 상당한 지위를 인정받았으며, 교대로 지방에 내려가 복무하기도 했다.

 

유자광이 출세하게 된 첫 계기는 세조 13년(1467) 5월에 일어난 이시애(李施愛) 난 이다. 그때 그는 28세의 갑사로 그동안 경복궁의 동문인 건춘문(建春門)을 지키다가 남원으로 내려가 복무하고 있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시애 난은 세조 치세의 맨 끝머리를 뒤흔든 큰 변란이었다.

이시애 난이 일어나자 유자광은 즉시 도성으로 올라와 상소를 올렸다.

 

그 글에서 그는

“식사를 하다가 수저와 젓가락을 버리고 올라왔다”면서 “갑사에 소속된 뒤 항상 변방에서 공을 세우고 나라를 위해 한번 죽으려고 했다”고 아뢨다.

 

그때 전황은 관군이 상당히 고전하고 있던 상태였다.

유자광은 “함길도가 험하지만 그런 조건은 적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라면서 과감한 결전을 주장했다.

그는 “신이 미천하더라도 한 구석에서 싸워 조속히 이시애의 머리를 베어 바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적극적인 주장으로 긴 상소를 마쳤다.

 

세조는 유자광의 글을 보고 경탄했다. “이 글은 내 뜻에 매우 합당하다. 참으로 기특한 재목이니 곧 임용해 그의 옳은 뜻을 시행하겠다.” 서자로 태어나 28세까지 갑사로 복무하던 유자광의 삶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계속해서 세조는 유자광을 불러 이시애를 잡을 방략을 물었는데, 대답이 모두 뜻에 합치했다.

세조는 그를 크게 포상하고 겸사복(兼司僕, 정3~종9품)에 임명했다. 효용(驍勇)이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시험하니, 앞서 나왔던 것처럼, 몇 계단을 한번에 뛰어넘고 큰 기둥을 원숭이처럼 올랐다(세조 13년 6월 14ㆍ16ㆍ30일).

 

유자광의 방략 덕분이었는지 이시애 난은 석달 만에 진압되었다.

 

세조가 유자광을 더욱 총애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우선 관직에 나아갈 수 있도록 허통(許通)하고 병조정랑(정5품)에 임명했다.

병조정랑은 병조의 실무를 담당하면서 삼사 관직의 임명에 동의할 수 있는 권한(통청권〔通淸權〕)과 자신의 후임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자대권〔自代權〕)을 가진 요직이었다. 놀랄 만한 인사였다.

 

앞서 유자광은 일생에 걸쳐 관직에 제수될 때마다 대간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고 말했는데, 그 긴 대립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서자를 등용할 수 없다고 대간이 강력히 반대하자 세조는 단호히 제압했다.

“너희들 가운데 유자광 같은 자가 몇 사람인가? 이미 등용한다고 했으니 무슨 관직이든 못하겠는가?

 

나의 특별한 은혜를 너희가 저지할 수 있겠는가? 나는 절세의 재주를 얻었다고 생각하니 다시 말하지 말라.” 실록은 서얼이 육조 낭관에 임명된 것은 유자광부터 시작되었다고 적었다(세조 13년 7월 14일ㆍ9월 22ㆍ25ㆍ28일).

유자광에 대한 세조의 신임은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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